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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활동소식버스 주 52시간제 근무, 정작 운전기사들이 반대하는 이유

2020-09-18
조회수 3984

버스 주 52시간제 근무, 정작 운전기사들이 반대하는 이유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


2018년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24시간으로 심각한 장시간 근로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이는 OECD국가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일본에 비해 2개월, 독일에 비해 4개월 이상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산업 재해 등 각종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2018년 2월 저녁있는 삶과 새로운 일자리 50만개 창출을 위해 산업 평균 주 근로시간인 68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2019년 7월 1일부터 근로자수 300인 이상 규모의 노선버스 업체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이같은 근무제를 보다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추가 인력채용과 탄력근로제 도입 등을 포함한 개선계획을 제출하는 업체에 대해 3개월의 계도기간(7월∼9월)을 부여한 바 있다. 52시간 근무제는 1주 근로시간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한 최대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 300인 이상: ’19.7월, 50∼299인: ’20.1월, 5∼49인: ’21.7월 주 52시간 시행


당초 육상운송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속해 있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란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 업종을 말한다. 그런데 2018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과 함께 특례업종에 해당 되었던 26개 업종이 5개로 대폭 축소 되었는데 이중 육상운송업에서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이 제외된 것이다. 

특례 제외 업종(21개)

특례 유지 업종(5개)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 도매 및 상품중개업, 소매업, 보관 및 창고업,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우편업, 교육서비스업, 연구개발업, 숙박업, 음식점 및 주점업, 광고업, 시장조사 및 여론조사업, 사업시설 관리 및 조경서비스업, 미용/욕탁 및 유사 서비스업, 영상∙오디오 및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방송업, 전기통신업, 하수∙폐수 및 분뇨 처리업, 사회복지서비스업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 운송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 육상운송업 중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은 특례업종에서 제외




그러나 시행 의도와는 달리 버스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 시행에 애를 먹고 있다. 그나마 준공영제가 시행된 서울, 인천, 대구, 광주, 부산, 제주 등과 같은 지역은 사정이 낫지만 시외버스와 마을버스업계는 여전히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버스 기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정작 기사가 반대하는 이유

52시간제는 2017년 7월 경부고속도로에서 오산교통의 M버스가 졸음운전으로 대형사고 낸 것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운수업계의 관행이었던 복격일제 근무(2일 근무 1일 휴식)로 인한 버스기사의 피로 누적과 과로가 졸음 운전의 원인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종사하는 운전직 근로자들에 대한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해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것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승객의 안전 뿐 아니라 사실상 버스 운전기사의 근무환경과 안전을 위한 법 임에도 정작 기사들이 앞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노선버스 업계의 임금과 처우 수준이 좋지 않은 편이라 인력난에도 젊은 사람들이 지원을 잘 하지 않는데다, 근로시간마저 줄어들어 연장 근로 임금을 못 받게 됨에 따라 근로시간 대비 임금이 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자가 신규 버스기사를 채용을 하고 싶어도 인력 충원이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임금을 보존해 주는 대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인력은 더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근로시간에 제한이 없었던  버스 기사들은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격일제 또는 복격일제로 월 평균 15~16일간 일했다. 급여 중 연장근무로 인한 초과수당의 비중이 약 30%가 넘었기 때문에 노동의 강도는 높더라도 장시간 근로를 선호해 온 것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전국 노선버스 기사 임금 체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본급(49%), 초과임금(32%), 특별급여(19%) 형태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결국 노선 버스종사자 평균 임금이 346만원(2018년 기준)인데, 그 중 초과 임금이 110만원에 달한 것이다. 결국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경우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는 중앙정부가 버스운송사업에 직접적 재정지원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보조금 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재정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대중교통 요금은 매우 저렴한 편이다. 물가 인상만큼 버스요금이 인상되는 것과 대중교통 이용에 필요한 안전요금이라는 측면에서는 시민들도 일부 부담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요금 인상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국고를 지원하게 될 경우, 버스 운전자의 근무환경 개선 만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와 안전이 전체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세금을 통해 지원하는 것에 대한 명분이 되고 시민들에게도 납득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 재원이 지원된다고 할 때에는 이용시민 전체의 복리와 편의가 증진되는 방향으로 종합적으로 풀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주 52시간 근무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준공영제의 전국 시행 역시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준공영제가 버스업체의 경영, 근로자 처우개선, 이용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방안일 뿐 직접적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경기도의 경우 시외버스 문제는 여전히 난관에 봉착해 있다. 버스 노조가 요구하는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 문제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게 될 300인 이상인 전국의 총 31개 버스 중 22개 업체가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가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4,000명의 신규 버스 기사가 필요한데, 경기도에서만 3,800명이 충원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지역은 영향이 적을지 모르지만, 지방 같은 경우에는 노선 운행이 폐지 된다든지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민들에게는 불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근로시간은 단축해야 하지만 임금을 보전해 주지 않으면 주 52시간 근무제가 유명무실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격오지나 지방의 노선 폐지와 관련해서도 시민들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에 거주한다고 해서 노선이 폐지된다면 그것은 국민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대안이 확정되지 않는 부분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재정투입 방안

우리나라 교통투자제도를 보면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통해 교통시설특별회계라고 해서 연간 20조에 가까운 투자를 교통시설에 하고 있다. 이 교통시설특별회계는 교통시설 확충을 위한 안정적인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1993년 10년간 한시법으로 제정된 법이다. 당시 교통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하여 제정되었지만 10년간의 집중적인 투자로 어느 정도 교통시설이 갖추어지고 지금과 같이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질 수 있었다. 교통시설특별회계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납부액의 80%를 예산으로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은 해마다 증가해 2017년부터는 특별회계의 여유 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하고 있다. 따라서 2021년 12월 31일 만료 후 개별소비세로 편입될 예정인 비용을 불 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대중교통 운영 개선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도 대중교통에 사용할 수 있는 계정이 일부 마련되어있다. 하지만 시책평가, 경영 및 서비스평가외에는 지원센터 개설과 운영에 관련된 시설 관련 지출이 전부일 뿐이다. 대부분 국도건설이나 고속도로 건설에 지출되는 이같은 교통시설특별회계를 대중교통 운영 개선과 육성을 위한 용도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금 시점에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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